성남시 정자교 붕괴 사고는 제설제와 수분이 오랜 기간 침투해 손상된 콘크리트가 철근을 고정하는 힘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고에 앞서 이뤄진 교량 점검에서 보행로 끝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현상과 포장 균열 등이 확인됐으나, 제대로 된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진행중인 경찰 수사 결과 관리주체(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이 명확해지면, 정자교 붕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정자교 붕괴 사고 원인 조사 결과는 물론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원인 조사·제도 보완 발표사고전 교량점검 보수·보강 미흡중대시민재해 적용 첫 사례 가능성■사고 원인은?정자교는 한쪽 끝만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고 떠 있는 캔틸레버(cantilever·외팔보) 교량으로,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만 이 공법으로 지어졌다. 캔틸레버 교량은 끝단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철근을 꽉 잡고 있어야 하는데, 콘크리트와 철근이 함께 부식되며 부착력이 떨어진 게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조사위가 정자교 콘크리트 코어를 채취해 실험한 결과, 도로부 콘크리트는 제설제와 동결융해로 손상돼 있었다. 사고 전 교량 점검 과정에선 도로포장의 균열과 캔틸레버 끝단 처짐, 파손 등의 문제가 관측·보고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보수·보강 조치는 미흡했다. 초음파 측정기 등 장비를 사용해 2년마다 진행하는 정밀안전점검에선 2021년 'C등급'(보통)이 나왔다. 균열증가로 전면 재포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었다. ■시설물 안전법 강화 대책국토부는 시설물안전법 개정을 추진해 관리주체가 교량을 지속적으로 보수·보강을 하도록 상시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시설물 관리를 위한 인력·재원을 확보하도록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았다. 보수·보강을 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종뿐 아니라 2·3종 시설물도 30년이 지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시설물 점검인 '정밀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중대 결함이 있거나 D·E등급을 받은 시설물을 조속히 보수하도록 보수·보강 완료 기한을 지금의 최대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국토부는 사고 조사와 함께 전국의 캔틸레버 교량 현황을 조사했는데, 전국 2만9천186개 도로교량 중 캔틸레버 교량은 1천313개(4.5%)였다. 경기도에 캔틸레버 교량의 24.3%(319개)가 몰려있다. 1기 신도시 전체 교량 196개 가운데 56개(28.6%)가 캔틸레버 교량이다. 해당 교량에 대한 특별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성남시, 탄천 17개 교량 보도부 내년 상반기까지 재시공 완료
성남시는 이날 정자교를 포함한 탄천 내 17개 교량의 보도부 재시공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중 재가설되는 교량은 지난 4월 말 실시한 보도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도부 철거 후 재설치하기로 한 15개 교량이다. 보행 전용 교량인 신기보도교와 백궁보도교는 양측 캔틸레버부를 철거한 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부 발표와 관련해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성남분당을) 의원은 자료를 내고 "국토부도 밝혔지만 부실 안전 진단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라며 "아울러 국토부는 1기 신도시 기반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순기·김태성·권순정기자 mrkim@biz-m.kr분당 정자교 붕괴 당시 현장. /경인일보DB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당시 소방과 경찰 등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 /경인일보DB사진은 성남시 분당구 수내교 보행로가 통제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2023-07-14 김순기·김태성·권순정
"눅눅한 집 안에서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옵니다."지난 5일 오후 7시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빌라. 세입자인 손모(31)씨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거실 천장을 바라봤다. 전날 내린 비가 그친 지 반나절 이상 지났지만, 거실 천장에선 여전히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피해자다.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눅눅하고 습한 공기가 느껴졌다. 온종일 천장에서 떨어진 빗물로 거실 바닥에 놓인 바가지 두 개엔 녹물이 가득 차 찰랑거렸다. 바닥 장판에선 걸을 때마다 물기가 느껴지고 양말은 금방 축축해졌다.지난해 여름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손씨의 집 천장 곳곳에선 비가 샜다고 한다. 다른 방으로 가보자 베란다 천장 벽지가 뜯겨 나가 나무 골조가 그대로 보였다. 방 베란다 천장의 벽지는 빗물에 젖어 너덜거리면서 떨어져 나갔다.37가구 빌라 작년 8월 통째 경매로청년 3명 숨지자 정부 경매연기 조치
손씨는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그제야 실제 집주인이자 건축주인 남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약 당시 집주인으로 알고 있던 사람은 남씨에게 명의를 빌려 준 가짜 임대인이었고, 계약을 도운 공인중개사까지 사기 행각에 얽혀 있었다. 37가구가 사는 이 빌라는 작년에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손씨는 7천500만원의 전세보증금 중 최우선변제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다. 손씨가 전세보증금을 한차례 증액하면서, 2013년 빌라의 근저당이 설정될 당시 소액임차인 기준인 6천500만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올해 2월과 4월에 미추홀구에서 남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떼인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지자 정부는 뒤늦게 금융위원회를 통해 경매가 연기되도록 조치했다. 하루아침에 내쫓길 처지였던 손씨는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집주인(남씨), 가짜 임대인, 부동산중개업자가 모두 구속된 상황이라 집 보수 등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 또 비가 온다는데 건물의 철골이 다 삭아서 천장이 무너질까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보수 못해 '철골 무너질라' 한숨만당장 먹고살기도 힘든판 도움 호소
손씨의 빌라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에도 남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살고 있다. 이곳도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다.오피스텔 주민 김모(43)씨는 "작년 여름에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화장실, 거실, 안방 할 것 없이 비가 새서 바닥이 다 젖었다. 올해 큰비가 내리기 전에 옥상 바닥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했다.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 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집 안에 누수가 심해 방수 공사 등을 해야 하는데,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피해자들이 어떻게 공사비를 마련하겠느냐"며 "시청과 구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백효은기자 100@biz-m.kr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biz-m.kr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biz-m.kr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biz-m.kr
2023-07-07 백효은
"눅눅한 집 안에서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옵니다."지난 5일 오후 7시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빌라. 세입자인 손모(31)씨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거실 천장을 바라봤다. 전날 내린 비가 그친 지 반나절 이상 지났지만, 거실 천장에선 여전히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피해자다.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눅눅하고 습한 공기가 느껴졌다. 온종일 천장에서 떨어진 빗물로 거실 바닥에 놓인 바가지 두 개엔 녹물이 가득 차 찰랑거렸다. 바닥 장판에선 걸을 때마다 물기가 느껴지고 양말은 금방 축축해졌다.지난해 여름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손씨의 집 천장 곳곳에선 비가 샜다고 한다. 다른 방으로 가보자 베란다 천장 벽지가 뜯겨 나가 나무 골조가 그대로 보였다. 방 베란다 천장의 벽지는 빗물에 젖어 너덜거리면서 떨어져 나갔다.37가구 빌라 작년 8월 통째 경매로청년 3명 숨지자 정부 경매연기 조치
손씨는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그제야 실제 집주인이자 건축주인 남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약 당시 집주인으로 알고 있던 사람은 남씨에게 명의를 빌려 준 가짜 임대인이었고, 계약을 도운 공인중개사까지 사기 행각에 얽혀 있었다. 37가구가 사는 이 빌라는 작년에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손씨는 7천500만원의 전세보증금 중 최우선변제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다. 손씨가 전세보증금을 한차례 증액하면서, 2013년 빌라의 근저당이 설정될 당시 소액임차인 기준인 6천500만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올해 2월과 4월에 미추홀구에서 남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떼인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지자 정부는 뒤늦게 금융위원회를 통해 경매가 연기되도록 조치했다. 하루아침에 내쫓길 처지였던 손씨는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집주인(남씨), 가짜 임대인, 부동산중개업자가 모두 구속된 상황이라 집 보수 등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 또 비가 온다는데 건물의 철골이 다 삭아서 천장이 무너질까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보수 못해 '철골 무너질라' 한숨만당장 먹고살기도 힘든판 도움 호소
손씨의 빌라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에도 남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살고 있다. 이곳도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다(2022년 11월14일자 6면 보도=사기 의혹도 모자라 쓰레기까지 '첩첩산중'). 오피스텔 주민 김모(43)씨는 "작년 여름에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화장실, 거실, 안방 할 것 없이 비가 새서 바닥이 다 젖었다. 올해 큰비가 내리기 전에 옥상 바닥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했다.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 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집 안에 누수가 심해 방수 공사 등을 해야 하는데,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피해자들이 어떻게 공사비를 마련하겠느냐"며 "시청과 구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2023-07-06
"주택재개발사업이 잘 추진돼 동네가 조금 더 살기 좋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28일 경인전철 도원역 인근 주택가에서 만난 이 동네 주민 송종화(85)씨는 재개발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인천 중구 도원동 18의 1 일대 11만1천422㎡는 재개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인천시가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를 지원할 일명 '재개발 후보지' 10곳을 선정(6월28일자 1면 보도)했는데, 이 동네도 '도원구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세입자들이 많아 재개발이 잘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인천시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도원구역은 도원역 동쪽,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기준으로 보면 남쪽에 위치한 주택가다. 낡은 단독주택과 다가구·연립주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건물 대부분이 준공된 지 30년이 넘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라고 한다. 도원역과 수인분당선 숭의역이 가까워 재개발 추진 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게 주민들 얘기다.사업 불투명시 부담되는 용역비 확보도원구역 등 후보지 10곳 정비 기대
인천시는 노후 동(건물) 수와 연면적, 구역 경계 설정의 적정성, 주거환경 개선 시급성, 기반시설 부족 정도 등을 평가해 최근 도원구역 등 재개발 후보지 10곳을 선정했다. → 표 참조이들 지역에는 재개발사업 추진에 필요한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약 5억원)가 지원된다. 재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받으려면 정비계획이 필요한데,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용역비를 부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용역비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거나 사업 진행 도중 구역에서 해제될 경우 회수할 수 없는 돈이 된다. 이를 '매몰 비용'이라고 하는데, 처리 방법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심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재개발구역이 무더기로 해제되면서 시공사와 조합, 조합과 조합원이 법정 다툼을 벌인 적도 있다. 인천시가 재개발 후보지를 선정해 용역비를 지원하는 이유다. 이번에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최소한 매몰비용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재개발 후보지 응모를 주도한 주민 김모씨는 "구청과 잘 협의해서 재개발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찬반 갈리고 부동산시장 상황 변수로市 "지원단 구성 추진 시간 줄일것"
인천시의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것은 사업의 타당성과 시급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를 확보했다고 해서 재개발사업의 순항을 낙관하긴 이르다. 우선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에도 추진위원회·조합 구성,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등의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재개발사업 추진 여부를 두고 주민 간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지연되거나 무산된 구역도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변수다. 부동산 경기는 정부 정책, 금리, 주변 주택 수요와 공급 물량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분양이 늦어질 수 있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인천시 관계자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정비사업 지원단'(가칭)을 구성해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다양한 지원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재개발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 추진에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수요 등을 감안해 차후 공모에선 선정 대상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최근 인천시의 재개발사업 사전검토 제안서 공모에서 선정된 인천 중구 도원구역 일대 전경. 노후한 단독주택과 빌라 등이 빼곡하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3-06-28
경기도에서 거센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이 공사비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공사비 조정 문제를 두고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간 줄다리기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이다.공사비 상향 문제로 재개발정비조합-시공사 줄다리기산성구역재개발조합, 시공사 교체 초강수뒀지만 불발권선6구역·팔달3구역 각각 18.7%, 55% 올려DL이앤씨, 과천주공10단지 포기 등 건설사도 시름성남시 수정구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 공사비 문제로 시름이 깊은 조합 중 한 곳이다. 조합원 이주와 철거까지 마쳤지만, 시공사가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착공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 4월 시공사인 대우·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3.3㎡당 시공단가를 629만원으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020년 최종 본계약 당시 시공단가가 3.3㎡당 445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1.3% 상향을 요구한 셈이다.시공사 요구가 과도하다고 판단한 조합은 같은 달 이사회를 열고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이후 지난달 26일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엔 건설사 8곳이 참석해 금세 새 시공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입찰에 나선 건설사는 없었다. 치솟은 공사비에 시공사 해지라는 초강수를 뒀으나 재선정이 불발된 것이다. 결국 조합은 기존 시공사와 재협상에 나서게 됐다. 정비사업은 시간이 곧 돈이라, 빠른 착공을 위해 기존 시공사와 다시 공사비 협상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조합 관계자는 "기존 시공사와 재협상 중에 있다"고 했다.수원 권선6구역 재개발 현장도 시공사(삼성물산·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와의 공사비 협상 문제(5월4일자 12면 보도=자잿값 상승에 공사비 입장차… 난항 겪는 '수원 권선6구역 재개발')로 골머리를 앓았던 곳 중 한 곳이다. 시공사와의 의견 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아서였다. 시공사는 노임비, 건설자재 인상에 따라 3.3㎡당 공사단가를 668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조합은 3.3㎡당 600만원이 적당하다고 봤다. 3개월간 16차례의 협상을 진행한 끝에 지난 8일 3.3㎡당 638만5천원으로 공사단가를 협의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대비 18.7% 오른 금액이다. 최성길 권선6구역 조합장은 "공사비를 더 낮췄으면 좋겠다는 일부 조합원 의견이 있었지만, 정비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다. 한달 금융이자만 15억원에 달한다. 시간에 쫓기는 만큼 당초 금액보다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지난 2일 관리처분인가를 득한 수원 팔달115-3구역(팔달3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지난해 시공사(GS·대우건설 컨소시엄)와 협의를 거쳐 공사비를 올린 바 있다. 2011년 계약 당시 369만원에서 지난해 9월 571만8천원으로 3.3㎡당 공사단가를 55% 인상했다. 오경만 팔달3구역 조합장은 "협상을 마친지 1년이 다 돼가는데, 건설자재 가격 등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설계 변경 등을 하면 지금보다도 가격이 조금씩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건설 자잿값 상승, 인건비 인상 기조 속 "시공사의 공사비 상향 요구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20% 이상 가격을 상향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게 정비업계의 목소리다. 도내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턱없이 오르고 있다. 3.3㎡당 공사비가 700만~800만원까지도 오른 상황"이라며 "부담이 크지만 공사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사업이 늦어진다. 결국 조합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건설사 역시 공사비 문제로 애를 먹긴 매한가지다. 최근 DL이앤씨는 지난 10개월간 공을 들여왔던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과천주공10단지는 과천 일대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퍼즐 격으로,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기한 원인은 한껏 치솟은 공사비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단가를 도저히 맞추기가 어렵다고 판단, 결국 참여의사를 접은 것이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수원시 권선구 113-6 주택재개발구역. /경인일보DB
2023-06-24
최근 열린 평택 화양지구 공사현장 민원 관련 간담회를 놓고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직접 듣기 위해 간담회를 연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와 함께 '보여주기식 간담회 같아 씁쓸하다'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등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평택 화양도시개발조합의 발주를 받은 DL건설은 2021년 10월부터 평택시 현덕면 일원(279만1천195㎡)에 단지 조성공사를, 아파트 건설업체들은 공동주택 공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도시개발조합은 수년 전부터 (시공사가 정해지면) "주민생활불편 및 환경 피해 없이 깨끗하게 단지조성 공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공사현장 주변 주민들은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공사 차량의 마을 길 질주, 소음 및 비산먼지 발생에 따른 생활불편, 환경피해, 안전 등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을 잇따라 제기했다.이 같은 지적에 조합과 시공사, 아파트건설업체들은 주민 불편을 해소한다며 조치계획을 내놓았지만 주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3월17일자 6면 보도=평택 화양지구 공사현장 고통에 市 소극적 대처… 주민 분통)이에 시는 지난 4일 최원영 부시장 주재로 도시개발 및 환경담당 공무원, 조합 및 시공사 관계자, 아파트 건설업체 소장, 공사현장 주변 마을 이장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했다.평택시·조합·시공사·주민 등 참석"환경 피해조사부터 해야" 목소리주민, 정부 조사 호소… 해결 요원
간담회에 대해 뒤늦은 감은 있지만 평택시가 조합, 시공사, 각 건설업체, 주민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해소하려고 한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왔다.최 부시장은 이날 "조합과 시공사가 빠르게 제기된 주민들의 여러 민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한 뒤 "평택시 입장에선 화양지구 측, 인근 주민 모두 민원인임을 이해 바란다"고 말했다.그러나 간담회에서 '화양지구와 인근 주민들을 아울러 더 이상 갈등이 없게 하자'란 표현을 놓고 원인 제공자인 화양지구를 편드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특히 이장들이 주민 생활불편에 대해 소리높여 설명하자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해달라"는 주문이 나오면서 회의 분위기가 싸늘했다는 후문이다.일부 이장들은 "소리를 낮추라는 등 제지할 거면 도대체 우리는 왜 불렀냐"며 "보여주기 식 간담회를 위해 우리를 병풍 취급한 것 같다.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문제를 지적해도, 개선되지 않고 고통은 계속됐다. 시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나.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라며 "간담회보다 공사현장 환경피해조사부터 해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편 일부 주민들은 이번 간담회와 상관없이 조합과 시공사·평택시에 생활불편 및 환경피해 해소를 요청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판단, 정부 관련 기관의 직접 조사를 호소하기로 해 갈등 해결은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평택시는 최원영 부시장 주재로 지난 4일 도시개발 및 환경담당 공무원, 평택 화양지구 조합, 시공사 관계자, 아파트건설업체 소장, 공사현장 주변 마을 이장 등과 함께 공사현장 문제 해소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2023.4.4 /평택시 제공
202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