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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엇갈린 금융 및 부동산 정책이 주택담보 대출 증가 등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수원 시내의 한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 속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결국 물량 부족 가격 상승
'매매 갈아타기' 정책 보다
임대주택시장 공급 늘려야일관성 없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으로 서민들의 가계 빚만 늘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극심한 전세난 속에 사상 최저로 떨어진 대출금리를 이용한 '내 집 마련'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이처럼 일시적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인한 인위적 호황기 이면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가격으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의 그늘이 생겨났다.
전세를 벗어나기 위해 빚으로 내 집을 사거나, 아니면 오른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세대책이 오히려 대출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전세 대출, 전세가 상승 부작용 우려=지난해 수도권 지역 전세가 상승률이 지난 2001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3.3㎡당 평균 전셋값은 894만원으로 전년도 773만원 대비 15.65% 올랐다. 또 수도권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 속에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세물량 부족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세난 심화에 따른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10월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1억2천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전세가 고공행진 속에 전세자금 대출액이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조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민들이 오른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는 일시 방편은 될 수 있으나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빚을 내서는 전세금만 올려주다보니 재계약 시기가 도래하면 이미 올라있는 전세가격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안정 사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보증지원을 1% 확대하면 전세금이 0.12%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관련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정부의 전·월세 정책은 결국 더 많은 빚을 내라는 말"이라며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전세의 매매전환 정책 실효성 논란=정부는 그동안 전세난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전세자금 및 담보대출 확대 등 주택금융 활성화를 통한 매매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세입자들이 값오른 전세 대신 빚을 내 매매에 나서면 전세시장은 안정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은 지난해 주택 매매가 크게 늘어났지만 전셋값은 오히려 전년보다 2배 가량 올랐다.
때문에 정부가 핵심 전세난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총 119만3천691건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4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효과가 극대화될 시점이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세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전세의 월세전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정부가 전세수요를 매매 전환만으로 줄이겠다고 계획한 자체가 역부족이었고 월세화 속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전세난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매매전환 유도보다는 임대주택 시장에 공급물량을 늘리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관련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안정적인 주택금융 정책이 추진돼야 하지만 전세임대 주택 또는 장기전세 주택 등 새로운 전세방식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철기자 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