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십정2구역' 본궤도 올리기]무산땐 매몰비용·주민혼란 우려 "잘잘못보다 정상화 우선"

  • 홍현기 기자
  • 발행일 2017-06-26 제9면

십정지구 뉴스테이 사업 촉구 결의대회4
인천시 부평구 십정2구역 주민들이 25일 열우물경기장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사업자가 뉴스테이 물량 매입 '미분양 차단' 방식
2015년 협약 맺고 급물살 불구 각종 문제 제기돼
주민도 반발 부동산 펀드 구성못해 매매계약 해제
기한 3개월 남기고 임대사업자 선정 재입찰 진행

이지스자산운용 참여 확신 '재입찰' 긍정적
다만 일부 주민·기존 사업자 소송 부담도 커
주민 "보상 진행돼 사업중단 불가" 결의대
인천도시공사도 추진단 구성 등 정상화 총력

국내 최초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와 연계해 추진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인 인천 부평구 '십정2구역'을 정상 궤도로 올리기 위해 관계 기관과 주민이 분투하고 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사업시행(대행)자인 인천도시공사의 재정 손실뿐만 아니라 막대한 주민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십정2구역 사업의 정상화 여부를 1차로 판가름하는 신규 임대사업자 선정 (재)입찰이 오는 30일 마감을 앞두고 있어 지자체와 정치권 등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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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 어렵게 온 십정2구역


십정2구역은 인천의 대표적인 주거 환경 낙후지역이다. 이곳에 있는 가옥 60여 곳은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이 큰 건축물로 분류됐다. 주민들은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비용 마련이 어려워 집을 고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11월 인천시가 '십정2 뉴스테이 사업발표회'를 열 당시 십정2구역 주민 총 2천771가구 가운데 약 18%가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7년 부평구 십정동 일대가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으로 지정된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재무 여건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십정2구역 주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

이에 십정2구역 사업 본격화 방안으로 '뉴스테이 연계'가 제시됐다.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아파트 공급량을 늘려 사업성을 개선하고, 뉴스테이 물량은 임대사업자가 통째로 매입하게 해 미분양 리스크를 없애는 방식이다.

지난 2015년 11월 업무 협약, 2015년 12월 사업시행자 변경(LH→인천도시공사), 2016년 2월 부동산(뉴스테이 물량) 매매계약 체결 등 사업은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확인됐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인천도시공사의 계약금 반환 의무를 명시하면서 사실상 도시공사가 민간에 보증 행위를 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십정2구역 일부 주민은 보상가(종전자산평가)가 낮다며 항의하기 시작했고, 관리처분총회 개최가 늦어졌다.

이로 인해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뉴스테이 부동산 펀드 설정'이 시한인 2017년 2월 10일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3개월 시한 연장에도 부동산 펀드가 구성되지 못하면서 기존 임대사업자와 인천도시공사 간 부동산 매매계약은 해제됐다.

인천도시공사는 매매계약 해제 전 뉴스테이 사업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사업 정상화에 나섰다. 매매계약 해제와 함께 신규 임대사업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으며, 현재 1회 유찰(이지스자산운용 단독 참여)을 거쳐 재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십정지구 뉴스테이
국내 최초로 뉴스테이와 연계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십정2구역 전경.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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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 공기업·주민 피해 막기 위해 정상화해야

십정2구역 뉴스테이 물량의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시한은 2017년 9월 10일로, 현재 3개월 남짓한 시간이 남아 있다.

인천도시공사는 오는 30일 재입찰 마감 후 9월 10일까지 ▲외부기관(한국리츠협회) 평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협상 ▲주민총회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등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입찰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임대사업자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금융기관 등의 출자 혹은 보증을 통해 십정2구역 뉴스테이 물량을 매입할 부동산 펀드나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구성해야 한다.

십정2구역에는 아파트 5천678세대(예정)가 건립된다. 임대사업자는 이 중 원주민 일반분양과 공공임대 물량을 제외한 3천578세대(예정)를 공급면적 '3.3㎡당 830만 원 이상'에 매입해야 한다. 이후 매입한 아파트를 8년 이상 뉴스테이로 임대해야 한다.

인천도시공사는 재입찰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재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 13일 1차 입찰과 지난 20일 진행한 현장설명회에 참가하는 등 강력한 사업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설명회에는 이지스자산운용뿐만 아니라 서울투자운용, 한국토지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6개 업체가 참여했다.

하지만 십정2구역 사업과 관련한 법적 다툼은 신규 임대사업자가 입찰 참여를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십정2구역 일부 주민은 사업시행 변경 인가 등의 무효화를 요구하며 인천시 등을 상대로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기존 임대사업자도 인천도시공사를 상대로 '부동산매매계약해제무효확인' 소송 등을 예고했다.

신규 임대사업자 선정 불발로 사업이 무산될 경우, 수백억 원대의 '매몰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시행(대행)자인 인천도시공사의 재정 손실과 주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도 큰 문제이지만, 십정2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또다시 중단된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불편과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십정2구역 주민들은 25일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찬구 십정2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이미 원주민에 대해 이주비 대출을 시행해 900억 원이 나갔고, 영업보상도 진행 중"이라며 "보상이 진행된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업에 찬성한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싶다는 주민들이 많아 이번 결의대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사업이 중단되면 주민들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우선 사업을 정상화한 이후 각종 문제점과 이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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