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한 공공 임대 아파트에서 스프링클러가 누수돼 집안에까지 물이 스며드는 등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29일 오전 11시 남동구의 한 LH 아파트 A(37)씨의 집에서는 3명의 인부가 주방 천장 도배 작업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예전에 스프링클러 누수 문제로 보수 받았던 곳을 또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작년 12월 천장 스프링클러 주변으로 검게 곰팡이 같은 게 슬어서 보수를 받았는데 또 문제가 발생해 공사하고 있다"며 "싱크대 밑 배관에서도 물이 새 마루가 다 썩었었다. 결국, 마루까지 교체했고 오늘이 세 번째 작업"이라고 말했다.
스프링클러의 누수는 A씨 집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LH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월 입주가 시작된 이후 A씨처럼 스프링클러 누수로 피해를 입은 가구는 모두 76곳. 5개 동 438가구 규모의 아파트에 6가구당 1가구꼴로 누수가 된 셈이다.
2012년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전모(54)씨는 "2015년 9월, 병원에 2주 정도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짐을 챙기러 집에 와 보니 방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새면서 거실까지 흘러나와 있었다"며 "가구는 다 젖어서 버릴 수밖에 없었고 마루는 물이 스며들어 썩어 버렸는데 아직도 보수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LH 측은 누수의 원인을 시공사에 돌리고 있다. LH 관계자는 "공사 중 배관 내에 이물질이 들어가 부식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사로 하여금 하자를 보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LH는 이달 단지 내에 하자접수센터를 설치했고, 시공사는 누수 배관 보수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는 배관에 부식이 진행돼 누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 아파트 단지 내 모든 배관을 점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상희 박사는 "예전에 LH,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은 스프링클러에 동(銅)배관을 사용했는데, 동배관은 2~3년만 지나도 부식이 돼 구멍이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배관을 전면 교체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아파트는 5년 공공 임대 아파트로 지난 1일부터 분양 전환 신청을 받고 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